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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문화

한자를 배울 필요

by 曺明和 2021. 8. 13.

 

 

그 언어의 세련도나 활용도가 높아져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힘이 커집니다. 한국어 언중의 힘이 커지려면 한국어의 세련도나 활용도가 높아져야 합니다.

 

현재 한국어의 세련도나 활용도는 만족스런 수준이 아닙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우수한 문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어의 세련도가 높지 않은 까닭은 뭘까요? 그것은 글쓰기에 한문체계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공식 글쓰기는 한문에서 한글로 바뀝니다. 그러나 한자어 낱말들을 그대로 두고 소리만 한글로 적은 탓에 의미 전달이 원활할 수 없었습니다. 한글과 한자를 섞어 쓰는 국한문 혼용방식도 사용해보고, 한글로 적되 의미 전달이 어려운 낱말만 괄호 안에 한자로 표기하는 국한문 병용방식도 사용해보았지만, 한자어 낱말들을 우리말 체계로 바꾸지 않는 한 문제점은 남게 됩니다.

 

요즘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온전히 한글만으로 적는 방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는 큰 불편이 없는 듯하지만, 의미 전달이 어렵거나 서로 충돌하기 쉬운 한자어 낱말들이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낱말들은 한자 지식을 갖춘 식자층이 아니고서는 구분하기 어려울 따름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양식(洋式):서양 방식       양식(良識):건전한 식견       양식(養殖):인공으로 기름       양식(糧食):먹고 살 거리

양식(樣式):일정한 모양과 격식

 

이런 낱말들은 한자 지식이 없더라도 그런대로 혼동하지 않고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물을 그때그때 표현할 수 있는 조어력(造語力)이 절실하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여태는 한자를 통해서 해결했지만 현재는 한자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어의 활용도는 높아지지 않고,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어 언중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서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한국어 고유체계의 조어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되, 동시에 아직은 한자를 배워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일본어 언중은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착실하게 가르칩니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조어는 한자를 이용합니다. 더구나 각 한자를 고유어와 직결하여 가르치기 때문에, 적을 때는 한자로 적더라도 읽을 때는 고유어로 읽는 낱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게 됩니다.

 

한자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모두 한자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한자를 모르면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번역을 통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번역은 한계가 있습니다. 전통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한국인이 한자를 열심히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자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를 갖추지 않으면 교양 있는 한국어 언중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경쟁력을 위해서도 한자는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초강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데,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한자문화권입니다. 우리는 그 두 나라와 소통하기 위해서도, 그 두 나라의 힘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도, 한자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게 유리합니다. 전문적인 직업인이라면 물론, 교양 있는 한국어 언중은 교육부가 지정한 상용한자 1,800자 정도는 익히는 게 필요합니다.

 

한자를 배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한자라는 문자에 대한 호기심만 가지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한자의 구조나 필획 순서를 익히는 것이 도움 되고, 그 위에 한문 경구나 시구들 몇 가지를 외게 되면 훨씬 도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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