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학/한국어3 거래와 빚 먼저 두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째는, 예산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이다. 식구들이 밥 먹고 있을 때 손님이 오면 진지 드셨느냐고 당연히 묻는단다. 그러면 밥을 먹지 않았으면서도 반드시 "먹었시유." 한단다. 한두 번 더 청해도 여전히 "먹었시유." 한단다. 그러다 식구들이 밥상을 물리려고 할 때쯤이면 다가와서 "어디 한 술 떠볼까유?" 한단다. 둘째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은 바이다. 언젠가 속리산 옥량동에 바람 쏘이러 간 적이 있었다. 차를 아래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 옥량폭포를 구경한 다음 위에 있는 절의 계곡에 앉아 물을 적시고 있는데 산에서 중년 남자 두 사람이 내려온다. 행색으로 보아 버섯 따는 사람이 분명했다. 땀에 절어 있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버섯을 따자면 길 아닌 곳만 다녀야 하니 무척 .. 2021. 7. 23.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우리나라 모든 자동차의 옆 거울에는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읽자면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이다. 철학자의 아포리즘과도 닮은 문장이다. 이 문구는 “Objects in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의 번역문이다. 자동차 옆 거울은 반사각을 넓게 하기 위해 볼록거울로 만든다. 그래서 상이 평면거울보다 작다. 하지만 볼록한 정도가 심하지 않아 운전자들이 평면거울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상이 작다고 해서 실물이 평면거울에 비칠 때와 같은 정도로 먼 거리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문구를 적은 것이다. 한국인처럼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문구이지만 선진국의 자동차에 적혀 있으니 우리도 따라한 모양이다.. 2021. 7. 20. 너 말 다했어? 너 말 다했어? 다툴 때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일상 대화에서 반드시 이 말부터 하게 하면 어떨까? 마치 무선통신에서 상대가 'over(내 말은 여기서 끝남)'라고 말한 다음에야 이쪽에서 발신 버튼을 누르고 말하듯이 말이다. 내뱉기가 거북하면 속으로라도. 웬 생뚱맞은 말이람? 우리네의 대화모습에서 상대의 말을 다 들은 다음 자기의 말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우스개로 해본 말이다. 양자 간의 대화에서 주고받는 랠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말 내뱉기로만 대화를 일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물며 다자간 대화나 회의는 어떻겠는가. 상대의 말을 다 들은 다음 자신의 말을 하려고 하면 한 마디도 못하고 끝나게 된다. 자신의 의사를 말하려면 다투듯이 나서야만 하고, 그렇게 하기가 싫으면 말수가 없는 사람으.. 2021. 7.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