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안 끼워줘 !
너는 안 끼워줘 !
아이들이 가끔 쓰는 말이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살리자면, 주로 골목대장 노릇을 했던 아이가 곧잘 쓰는 말이었다. 그 말의 위력만으로 상황이 끝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사태가 시끄럽게 바뀐다. 어느 한 쪽이 코피 터지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은 대체로 그런 말이 도화선이었을 때였다.
푸틴이 말썽을 부린다. 미국과 서방은 일방적으로 푸틴과 러시아를 매도한다. 전쟁의 양상을 보자면 매도당할 만한 짓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푸틴은 왜 저렇게까지 할까?
독재자의 미치광이 짓이라고 말해버리면 심플하다. 그러나 저 독재자는 애당초 러시아를 NATO에 가입시켜 달라고 요청했던 사람이다.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 때 유럽에 편입되고자 애쓴 결과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유럽, 정확히는 미국은 푸틴의 요청에 “너는 안 끼워줘!”라고 대답하였다. 서방 세계는 러시아의 정치체제를 거부한 게 아니라 러시아를 무시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소련이 금방 무너진 시점이라서 서방은 러시아를 개무시했던 것이다. 이후 푸틴은 서방 세계를 믿지 않게 된다. 자기 방식으로 서방을 상대하게 된다. 가진 것도 없고 멋도 부릴 줄 모르는 촌놈이지만, 자기를 무시하는 옆 동네 정도는 상대할 주먹과 ‘깡’은 지녔다. 푸틴은 자기 방식으로 차근차근 싸워서 이겨 왔다. 중간에 한번이라도 혼이 났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연전연승은 푸틴을 기고만장하게 만들었다. 이번 싸움도 푸틴은 자기 방식대로 한다. 내 싸움에 끼어드는 놈은 피떡을 만들어주겠다고 협박하자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진정 위험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아무리 용맹하게 버틴다한들 버티기를 넘어서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해버린다면 이 상황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간단하게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기세를 펼까봐서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태세이다. 중국 또한 “나를 우습게보면 코 다쳐!”라면서 대든다.
세상이 위험한 지경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 참에 중국은 대만을 먹고자 시도할 수 있다.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의 평화기가 바야흐로 깨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신발 끈을 조여야 하는 즈음이다. 우리 역사가 대체로 그랬듯이, 정치지도자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고, 또다시 의병을 준비해야 할 듯하다. 만약 한반도에서 교전상태가 벌어진다면, 나는 예비군에 자원할 참이다. 현대전의 전장에서는 우리처럼 몸 성한 늙은이들은 얼마든지 쓸 모가 있을 것이다.
봄날의 허망한 꿈이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